크레스티드게코 키우기의 쉬움과 어려움

크레스티드게코는 키우기 쉬운 반려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냥 쉬운 정도가 아니라 반려 파충류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자외선 램프나 적외선 열선 같은 장비들을 주렁주렁 설치해야하는 이미지와는 달리 우리가 생활하는 실온 범위에서 50 ~ 60 % 습도만 맞춰주면 되고, 접근이 어려운 곤충 먹이 대신 사료만으로 사육이 가능하다는 점, 필요한 공간도 적고, 소음도 없고, 악취도 심하지 않은 아무튼 요즘 세상에 이렇게 키우기 좋은 반려동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동물이다. 게다가 유전적인 특성에 따른 무늬의 희귀함에 따라서 수 천 만원의 가격을 받기도 하니 최근 몇 해 사이 가장 인기있는 반려파충류가 되어버렸다.

크레스티드게코라는 도마뱀 다섯 마리를 키우게 되고나서 어떤 앱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스티드게코는 2 ~ 3일에 한 번 가루 형태의 슈퍼푸드를 물에 개어서 급여하는데, 문제는 얘들이 식사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 번 밥을 먹이려면 5분 10분 씩 붙잡고 숟가락이나 주사기를 입 앞에 갖다 주어야 겨우 먹는다. 이 마저도 그 날 기분에 따라서 먹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개체는 다음날 다시 밥먹이기를 시도해야한다. 나름 며칠을 굶어도 생존에는 문제가 없는 도마뱀이지만, 한 번 영양상태가 깨지기 시작하면 꼬리를 가누지 못하는 플로피 테일 증후군이나 심각한 경우 MBD와 같은 골질환에 걸릴 수 있어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사람이나 개, 고양이처럼 하루 기준으로 끼니를 챙겨먹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불규칙한 주기로 먹이를 줘야 하다보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함께 돌보아야하는 반려동물과 일과 사이클이 맞지 않아 잦은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크레놀로지가 필요한 이유

크레스티드게코를 문제없이 돌보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적당량의 먹이를 규칙적으로 급여해야한다. 크레스티드게코 집사들 중 다수가 한 마리 이상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어린 개체, 나이든 개체, 산란기, 병든 개체 등 생애주기와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른 돌봄이 필요하다.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이라 폐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집사의 실수와 습관이 쌓이면 아무리 튼튼한 작은 동물의 몸에도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들의 대사 주기에 맞게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인데, 포유류인 우리나 개, 고양이와 다르게 이들은 파충류인데다가 몸의 크기도 차이가 크다. 우리의 생체시계와 이들의 생체시계는 작동방식이 조금 다른데, 처음 파충류를 접하게 되는 초보 집사가 이 다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집사들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반려동물 종의 관련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전용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이나 캘린더 앱에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일정 관리 앱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개인용 앱이라 여러 개체를 케어하는 집사가 각 개체에 대한 일정을 관리하기에 복잡하고 어려웠다. 반려동물 관리 앱들도 여러가지 받아서 사용해 봤지만 대부분 개와 고양이 중심으로 기능이 구현되어 있어서 도마뱀과 같이 대사 주기가 다른 동물을 관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반려동물 관련 통계도 찾아보고 시장조사를 해보면서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반려동물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서비스가 나오기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우리 도마뱀들을 위한 관리 앱을 직접 만들어야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떤 기능이 필요한가?

필요한 최소 기능을 한 번 정리해보자.

1. 집사가 모시고 있는 동물을 등록하고 특징별로 구분할 수 있다.
2. 분류된 개체 또는 그룹별로 일정 타입 목록을 만들 수 있다.
3. 개체 및 그룹별 특이사항 목록을 만들 수 있다.
4. 일정 타입은 일 단위 주기를 설정할 수 있다.
5. 일정은 시간에 맞춰 휴대폰 알림을 통해 알려줘야 한다.
6. 일정 타입 목록을 조회할 수 있다.
7. 일정은 완료함, 건너뜀으로 기록할 수 있다.
8. 달력 UI에 기록된 완료한 일을 조회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기능이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기능들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도 간단할까? 다음 포스트에서 크레놀로지를 만들기 위한 기술에 대해서 알아보자.